2022 . 10
희미한 마음
2022 . 10
희미한 마음
거울 앞에 빗이 있었다. 오늘은 그 빗으로 머리를 빗었다. 빗은 엄마가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원래 옷방에 두던 것이 화장실로 옮겨진 것은 아마 방바닥에 머리카락을 흘리지 말자는 엄마의 깔끔한 성격인 것 같았다. 화장실에 빗이 있는 게 좋았다. 나도 바닥에 머리카락을 흘리는 게 항상 싫었는데 참 편했다.
작은 이유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작은 감정조차 나누지 못할 만큼 무딘 마음을 알아챌 때 나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진심을 감추고 살아가는지 생각한다. 말하지 않는 우리는 표정과 행동의 미묘한 변화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낸다. 침묵으로 숨겨낸 깊은 곳에 타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 기쁨과 우울, 사랑과 질투가 있다. 나는 이러한 우리의 모순적인 얼굴과 충돌하는 감정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나는 가족이나 연인처럼 강력한 결속으로 이루어진 인물들을 그린다. 필연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불안과 욕망을 아이 같거나, 마치 인형처럼 경직된 외형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은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어린 시절 순수함에 대한 선망이 반영된 것이다. 회화의 공간 속 사물들은 화목한 삶에 대한 우리의 소망을 뜻하거나 때로는 관계에 대한 부담감을 뜻한다. 따뜻하지만 어딘가 허전한 공백 속에서 결정적인 감정이 미세하게 드러난다. 모두가 살핌을 잊어버렸을 때 지나가버릴 누군가의 진실이 내가 회화를 통해 포착하고 싶은 부분이다.
프레임 속 조용한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은 현실과 닮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우리의 눈동자는 서로 다른 빛을 내며 희미하게 무언가 추구하고 있다. 어쩌면 모두 같은 것일지 모른다. 내게 행복은 현실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나와 그들의 마음을 탐색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 살고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보장된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